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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볼까요/시집

[책 리뷰] 고명재 시인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by fakcold 2022. 12. 17.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고명재 시인의 첫 시집 "우리가 키스를 할 때 눈을 감는 건" 리뷰입니다. 제목의 느낌과 전혀 다른 느낌의 시가 담겨 있어서 흥미로웠고 첫 시집인데도 불구하고 깊이가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키스를 할 때 눈을 감는 건 북 커버

"온 세상이 멸하고 다 무너져내려도 풀 한 포기 서 있으면 있는 거란다. 있는 거란다."

- 고명재 -

고명재 시인

  •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사랑'입니다. 그리고 시인이 말하는 사랑이란 감정이 아닌 느낌입니다. 사무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기에 감각할 수 있는 기운일 뿐이죠. 영원한 것은 없지만 무한한 것이 존재하듯, 시인에게 사랑이란 무한한 것과도 같습니다.

 

  이 시집이 다른 시집과 차별화된 점은 '사랑'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보통의 시집에서 사랑이라는 무형의 존재를 오밀조밀 가꿔 아름답게 조각했다면, 고명재 시인은 '사랑'을 무형 그 자체로 두되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뿐입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랑'의 형태와 점도를 관찰하고 기록하죠.

"나는 반쯤 자유 반쯤 미래 절반은 새엄마 내가 행복해야 당신의 흑발이 자라난다고 거대한 유칼립투스 아래에 누워 잘 지내고 있다고 전화를 건다 사랑은? 사랑은 옆에 잠들었어요"

- 청진 中 -

  매우 '겸허'한 자세입니다. 상실과 이별을 받아들이고 잡아두어선 안 될 감정에는 곁눈질조차 주지 않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초월적 감정에 겸허히 고개를 숙이는 현명한 자세죠. 자칫 '외면'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절대 잊지 않고 상기하고 또 되뇐다는 점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습니다. 

 

"너는 불이니 꽃이지 죽고 싶을 때마다 끝 모를 숲을 홀로 걸었다 너는 숲이다 낮인데 밤이다 물불과 술이다 서슴지 않고 어디서든 자유를 찾는 것 사람들은 그것을 리듬이라고 한다 빛을 먹고 푸르게 타는 걸 식물이라고"

- 아름과 다름을 쓰다 中 -  

  전체적으로 진솔한 시집입니다. 제목이 자극적이라 예상했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 따뜻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데뷔 시집인데도 시에서 깊이가 느껴졌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시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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