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는 올해 8월 출간된 진은영 시인의 시집입니다. "훔쳐가는 노래" 이후 약 10년 만의 신작 시집으로 현재까지 꾸준히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들며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미 한때 소년이었고 소녀였으며,
덤불이었고 새였고, 바다에서 뛰어오르는 말 못 하는 물고기였으니.
엠페도클레스가 남겼다고 전해지는 문장이다.
아무래도 나는 엠페도클레서의 후예인가 보다.
사랑의 윤회를 믿는 것 같다."
- 진은영 -
진은영 시인
- 1970년 대전 출생
- 이화여대 철학과 졸업
- 2000년 [문학과 사회]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 데뷔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 저서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문학의 아토포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대산 문학상, 천상병 시 문학상, 현대 문학상, 김달진 문학상, 젊은 시인상 수상
- 현재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 상담 및 인문 상담학 교수로 재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매우 감미로운 시집이었습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일일이 촬영된 일상의 구석이 전시되어 하나의 사진 예술이 되듯, 이 시집 역시 목격에서 감상으로의 발전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평범한 것들이 비범해지는 순간입니다.
이는 이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타 환상적인 문학도 좋지만, 위로를 얻고자 책을 찾는 현대인들은 도망쳐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죠. 그렇기에 진은영 시인은 무심코 지나치던 장소, 무심코 흘려보낸 말 한마디에서 위로를 찾아 건넵니다.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 청혼 中 -
진은영 시인은 위로의 근간을 대개 과거에서 빌려옵니다. 그래서 낡아버린 것들이 자주 시에 등장하죠. 하지만 낡아버렸다는 것은 동시에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진 것들이죠. 헌 것에 새로운 인식을 씌워 뉴트로로 재탄생하듯, 낡은 것들에 익숙한 감각을 더해 새로움을 만들어갑니다.
때문에 그것은 과거인 동시에 미래인 샘입니다. 매번 새로운 것이 미래라 생각하며 살아온 제게 꽤 충격적인 발상이었습니다. 또한 시집을 읽는 많은 분들도 느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빨간 풍선은 높이 올라갔지
내 심장의 꼭 쥔 주먹이
종이처럼 스르르
펼쳐졌을 때
너는 얼마나 멀리 날아갈까
네 몫의 어리석음으로부터"
- 빨간 풍선 中 -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살아하고"는 일상에서 위로를 얻고자 하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되는 구절이 많았고 가볍게 읽고 느끼기에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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