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올해 읽었던 시집 추천 리스트입니다. 약 30권의 시집 중에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읽은 시집이나 누구나 편하게 읽기 좋은 시집을 골랐습니다. 시집 구매를 생각 중이시라면 리스트 내에서 고려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2022 결산 추천 시집 리스트
- 빛의 자격을 얻어 - 이혜미
- 낫이라는 칼 - 김기택
- 슬픔이 택배로 왔다 - 정호승
-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 진은영
-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나태주
추천 시집 5
1. "빛의 자격을 얻어" / 이혜미
"저녁을 입에 물고 웃는다. 껍질을 벗긴 밤은 함부로 달고 분별없이 천박한 맛. 네가 길게 찢어내는 흐린 빛들을 바라보며 천박, 얇고 엷어 속이 비치는 어둠의 맛을 짐작한다. 형식이 좌우하는 내용들처럼.
어긋나는 노래와 부풀어 오르는 말들뿐이구나. 우리는 지금 따듯하게 구워지는 괄호 안 일까. 엮이다 무너지는 잠시의 그물 곁일까. 그럴 때 시간은 달콤한 매듭들로 이루어진 한 덩어리의 식빵이 되었지. 각주가 더 아름다워 실패한 연구서처럼."
- p.16 "밤식빵의 저녁" 中 -
"우편함에 방금 만든 눈사람을 놓아두고 추운 방으로 돌아가던 사람을 생각해. 녹아가는 동시에 발견되고 싶었던. 00. 01. 손바닥에 뜻 모를 숫자들을 그려주던 시간. 하지만 이제 마른 꽃의 일은 무릎에게. 오늘 저녁의 일은 폭설에 묻기로 했지.
눈사람은 왜 발이 없을까. 얼어붙은 오르막을 걸으며 중얼거린다.
떠날 필요가 없으니까..."
- p.116 "01" 中 -
[리뷰]
난해함 : ★★☆☆☆
서평 : 올 한 해 읽은 시집 중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빛의 자격으로 내 안을 들여다보는 설정부터 사소하며 동시에 원대한 자신의 일상을 거칠게 풀어내는 이혜미 시인의 솔직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시 장르가 어색하다면 조금은 난해할 수 있지만 누구나 편하게 읽기 좋은 시집입니다.
2. "낫이라는 칼" / 김기택
"안쪽으로
날이 휘어지고 있다
찌르지 못하는
뭉툭한 등을 너에게 보이면서
심장이 있는
안쪽으로 구부러지고 있다
팔처럼
날은 뭔가를 껴안으려는 것 같다
푸르고 둥근 줄기
핏줄 다발이 올라가는 목이
그 앞에 있다"
- p.25 "낫" 中 -
"옆으로 누운 귀에서 베개가 두근거린다
베개에서 심장 뛰는 소리가 난다
동맥이 보낸 박동이 귀에서 울린다
심장이 들어오고 나가느라
베고 있던 머리가 규칙적으로 오르내린다"
- p.102 "베개" 中 -
[리뷰]
난해함 : ★☆☆☆☆
서평 : 시인이란 무엇인가, 연륜이란 무엇인가를 정확히 보여준 시집이었습니다. 김기택 시인은 보이지 않는 삶의 구석을 독창적인 시적 상상력으로 낱낱이 풀어헤칩니다. 또한 현대인의 일상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장점이었습니다. 누구나 재미있게 읽기 좋은 시집이었습니다.
3. 슬픔이 택배로 왔다 / 정호승
"슬픔이 택배로 왔다
누가 보냈는지 모른다
보낸 사람 이름도 주소도 적혀 있지 않다
서둘러 슬픔의 박스와 포장지를 벗긴다
벗겨도 벗겨도 슬픔은 나오지 않는다
누가 보낸 슬프의 제품이길래
사랑을 잃고 두 눈이 멀어
겨우 밥이나 먹고 사는 나에게 배송돼 왔나
포장된 슬픔은 나를 슬프게 한다"
- "택배" 中 -
"일몰의 아름다움이 없으면
일출의 아름다움 또한 존재하지 않으므로
일생에 단 한번 일몰의 아름다움을 위해 두 팔을 벌린다
오늘도 당신을 기다리는 일몰의 순간은 찬란하다
결국 모든 인간이 아름다운 까닭은
일몰의 순간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 일몰 中 -
[리뷰]
난해함 : ★☆☆☆☆
서평 : 서정시의 거장 정호승 시인의 등단 50주년 기념 신작 시집입니다. 연말 분위기에 맞게 매우 따뜻한 분위기의 시들이 담겨 있습니다. 세대를 아우르는 정호승 시인의 다정한 목소리와 한 마디의 말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치유되는 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 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 청혼 中 -
"빨간 풍선은 높이 올라갔지
내 심장의 꼭 쥔 주먹이
종이처럼 스르르
펼쳐졌을 때
너는 얼마나 멀리 날아갈까
네 몫의 어리석음으로부터"
- 빨간 풍선 中 -
[리뷰]
난해함 : ★★★☆☆
서평 : 10년만에 출간된 진은영 시인의 신작 시집이었습니다. 진은영 시인의 목소리는 여전히 감미로웠고 또 강렬했습니다. 일상 곳곳에 뒤엉켜 존재하는 철학적 사유를 끄집어내어 잘 드러나지 않는 목소리들을 대변하는 시집이었습니다. 그저 편하게만 읽을 수는 없었지만, 가볍게 읽기에도 좋은 시집이었습니다.
5.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나태주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셈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오히려 칭찬해주고
보듬어 껴안아줄 일이다
오늘을 믿고 거대한 것처럼
내일을 또 믿고 기대해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너, 너무도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中 -
"그렇게 너무 많이
안 예뻐도 된다
그렇게 꼭 잘하려고만
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모습 그대로 너는
충분히 예쁘고
가끔은 실수하고 서툴러도 너는
사랑스러운 사람이란다
지금 그대로 너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라"
- 어린 벗에게 中 -
[리뷰]
난해함 : ★☆☆☆☆
서평 :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현대인들의 마음을 녹이는 나태주 시인의 신작 시집입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집은 늘 곁에 두고 위로가 필요할 때면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올해 읽은 시집 추천 리스트였습니다.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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