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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볼까요

[책 리뷰]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by fakcold 2022. 12. 10.

  다자이 오사무 작가의 "인간 실격" 리뷰입니다. 매우 애정을 갖고 있는 책인데, 최근 인기 책 차트에서 역주행을 하며 다시 인기를 끌었죠. 아직 안 보셨을 분들을 위해 스포일러 없이 대략적인 줄거리, 주목해서 볼 점, 좋은 문장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인간 실격 책 커버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줄거리

  소설의 주인공은 오바 요조,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잘생긴 외모에 총명한 두뇌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날의 몇 가지 트라우마와 극도로 소심한 성격 탓에 온전하지 못한 학창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요조의 이런 내향적 성격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결국 모든 상황에 회피하며 자기혐오적인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죠.

 

  소설은 요조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겪게되는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흥미로운 점은 작중 꽤 많은 일화가 실제 다자이 오사무가 실제로 겪은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생이 담긴 소설입니다.

 

  또한 다자이 오사무의 삶이 기구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우울하고 불안한 소설이기도 합니다.

 

인상적인 구절

"겁쟁이는 행복마저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목화솜에도 상처를 입습니다. 행복에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어차피 들통날 게 뻔한데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무서워서 반드시 뭔가 꾸며서 덧붙이는 것이 나의 애처로운 습관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결혼을 했습니다. 그로 인해 얻게 된 기쁨은 꼭 크다고만 할 수 없었지만, 그 뒤에 온 슬픔은 처참하다고 해도 부족할 만큼 참으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컸습니다. 나에게 '세상'은 역시 깊이를 알 수 없는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겉으로는 변함없이 애처로운 어릿광대를 연기하면서 모두를 웃기고 있었지만, 문득 나도 모르게 답답한 한숨이 새어나왔습니다."

 

"인간실격"을 읽으며

 

  처음 이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소스라치는 감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 실격"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감추고 살 추악함의 가장 밑바닥을 비춥니다. 그곳에 드리운 그림자는 호러물의 공포나 추리물의 놀라움보다 한 차원 뛰어넘는 두려움과 경외감마저 들게 합니다.

 

  우리는 주목받기 위해 잠시 자신을 내려놓는 사람을 '광대'라고 부르죠. '광대'는 실로 주인공 요조의 생이 잘 요약된 단어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쥐기보다 내려놓기를 택했고, 그렇게 자신을 내려놓다 보니 남은 것이라곤 공허한 영혼뿐이었으니까요.

 

  그리고 텅 빈 육체로는 어디서도 진실된 만남이나 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붙잡고 늘어질 수밖에 없는 애처로운 본성은 끝없이 그를 괴롭게 하죠. 내세에서의 망각은 신의 축복이라지만, 현생에서의 망각은 저주에 불과한 이유입니다.

 

  피로 얼룩진 관계가 될 것을 알면서도 요조는 그것을 망각하고, 또 망각합니다. 진실된 망각인지, 망각하고 싶은 애달픔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광대에게 허락된 얼굴은 단 두 가지입니다. 환하게 웃거나, 목놓아 울거나. 최근에 읽은 글에서 사람들은 광대를 보며 삿대질하지만, 누구나 가슴에 광대 하나쯤 품고 살아간다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복잡 미묘한 감정이 오갈 때조차 사실 그 본질에는 행복과 불행만이 있을 뿐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스스로에게조차 그리 솔직하지 않다는 뜻이겠죠.

 

  "인간 실격"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죠. 마치 거울을 보듯 요조에게서 모난 모습이 비칠 때마다 외면하고도 싶었지만, 참고 견뎌내며 읽었던 것 같습니다. 한 번쯤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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