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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볼까요/시집

[책 리뷰] 박라연 시인 "아무것도 안 하는 애인"

by fakcold 2022. 12. 9.

  박라연 시인의 신작 시집 "아무것도 안 하는 애인"이 출간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겨울에 읽기 좋은 시집이었던 것 같습니다. 데뷔 32년째를 맞은 박라연 시인의 따뜻한 시선과 깊은 세계가 잘 담겨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애인 북 커버

"돌고래는 죽은 새끼를 등에 없고 다닌다
물결에 떨려 나갈 때까지
나의 시가 지키고 싶은 세계다"

- 박라연 -

박라연 시인

  • 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 석사
  • 수원대 국문과 석사
  • 원광대 국문과 박사과정 졸업
  •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당선
  • 제3회 윤동주상 문학 부문 수상
  • 시집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생밤 까주는 사람], [너에게 세 들어 사는 동안], [공중 속의 내 정원], [우주 돌아가셨다]
  • 산문집 [춤추는 남자, 시 쓰는 여자]

"아무것도 안 하는 애인"

  최근 무겁고 딱딱한 글만 일적으로 읽고 쓸 일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지친 상태였고 글이라면 모두 피곤해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아무것도 안 하는 애인"을 읽게 되었고 심적으로 정화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글을 읽으며 박라연 시인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은 읽는 사람, 읽는 이의 기분에 따라 매우 편차가 큰 글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본질적으로 파고들면 매우 복잡하고 뒤엉킨 세계지만, 피상적이고 감상적으로 읽어 내려가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었으니까요.

"저쪽 세계에서 지금 나를 지지해주고 있다는 입소문을 받았다 그 떨림을 마실 때
모르는 세계이지만 훌쩍 찾아 나서고 싶더라"

- 다음의 세계 中 -

  확실히 문장의 깊이는 단어가 아닌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말을 절감하게 됩니다. 어려운 표현 없이도 현생의 아픔과 내세의 쓸쓸함이 사무치게 느껴지니까요.

 

  종종 더듬어보는 과거와 과오에 후회라곤 없습니다. 우리는 시인이 안내하는 과거와 미래의 접면에 서서, 서랍을 뒤지듯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손짓만을 바라봅니다.

 

  이 모든 과정이 평범한 사물, 풍경에서 출발하고 그 끝은 창대하지 않습니다. 그저 모든 것이 원점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품게 되는 경외심이 전부인 시집입니다.

 

 "누가 새벽부터 이쪽을 검색하고 있었던 것인데
나는 나를 어디까지 검색 가능할까,
나도 아직 모르는 세계를 밤새워 다 걸어가서
한없이 넓혀준 누군가가 보고 싶은
오후가 있더라"

- 다음의 세계 中 -

 

  평범한 것들이 실로 가장 비범했음을, 박나연 시인의 시집에서 다시금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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