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던 이기리 시인이 이달 5일 출간된 "젖은 풍경은 잘 말리기"로 돌아왔습니다. 이기성 시인은 첫 시집이자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인 "그 웃음을 나도 좋아해"에 단단하면서도 말랑한, 밝으면서도 어두운 세계를 담아내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길가에 낙엽이 쌓인다.
어떤 낙엽들은 무덤처럼 모여 있다.
저 안에 죽은 것은 없는데
무언가 죽었다고 믿게 된다.
불쑥 겨울이 온다."
- 작가의 말 中 -
이기리 시인
- [그 웃음을 나도 좋아해] 외 55편 2020 김수영문학상 수상
- 2020년 시집 [그 웃음을 좋아해], 2022년 [젖은 풍경은 잘 말리기] 출간
"젖은 풍경은 잘 말리기"
진솔한 시집이었습니다. 현실에, 누군가에, 자신에 한없이 진솔한 시인의 태도가 때로는 덧없게도 느껴집니다. 하지만 모든 진담이 진실이 될 수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죠.
풍경도 마찬가지입니다. 형태와 빛을 진담처럼 내뿜지만, 그것이 반드시 진실인 것만은 아니니까요. 초록빛에 비치면 그제야 눈에 들어오는 빗줄기처럼, 마른 풍경은 때로 잔뜩 젖어 있기도 하죠.
결국 시인이 기억 속에서 꺼내어 보는 '풍경'이란 슈뢰딩거의 상자 속 고양이와도 같은 것입니다. 심연의 깊은 곳에서 꺼내기 전, 풍경들은 젖어 있으며 또 동시에 말라 있는 중첩 상태이기 때문이죠.
풍경은 함축적 의미로서 시인의 정서가 투영된 하나의 장면입니다. '비'는 화자를 적시고 떠난 당시의 감정이겠죠.
시인은 어떻게 젖은 풍경을 말리는가. 이기리 시인은 어떻게 트라우마처럼 남은 기억을 치유하는가. 주목해서 보면 아주 즐거운 독서가 될 것 같습니다.
기억나는 구절
"얇은 창호지 문 너머로 한 삶의 실루엣이 걸어오는 것으 발견하자 더 이상은 안 되겠다. 도망칠 곳이 없다, 목숨을 부지하는 것도 여기까지다, 생각하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문을 열었다. 첫사랑이었다."
- "오지 말아요"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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